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2026-1 연출과 졸업 공연 <네버랜드 카니발>
손은경 (연극학과 연극학전공 전문사과정)

ⓒ길민서
일상은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로 정의된다. 일상과 대립하는 비일상은 반복되는 일상에서 일탈한 상태다. 비일상의 특성은 미하일 바흐친의 카니발 이론으로 보다 구체적으로 규명될 수 있다. 카니발은 일상의 질서를 전복하는 일시적 기간이자 일상으로의 복귀를 전제하는 개념이다. 뮤지컬 〈네버랜드 카니발〉은 그 제목이 내포하듯 동명의 서커스를 배경으로 카니발적 세계관을 표방한다. 하지만 〈네버랜드 카니발〉은 곡예사 루카의 삶을 그리며 카니발의 일시적 특성을 해체하여 비일상이 이어지는 세계의 명암을 비추어낸다.
루카는 네버랜드 카니발에 머물면 자신이 영원히 열세 살일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네버랜드 카니발은 실제로 시간이 멈추는 판타지적 공간이 아니다. 카니발의 주인인 마에스트로가 규칙과 금기를 설정해 루카를 세상으로부터 고립시키고 영원히 자신이 열세 살이라고 믿게 만들었을 뿐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루카의 시간이 멈춘 이유는 과거의 기억과 단절되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기억은 삶이라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축적된다. 그렇기에 한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시간의 결과이기도 하다. 루카는 자신을 자신으로 만들었던 과거를 잃고 카니발에 도착한 이후의 기억만으로 그 안에서 새로 태어난 존재와 같다. 이전의 삶과 단절된 루카는 환호와 박수갈채가 주는 행복에 취해 카니발 바깥 세상으로부터 점차 고립되어 간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엘리가 성채처럼 견고했던 카니발의 외벽을 허물자 루카의 시간은 흐르기 시작한다. 엘리는 루카에게 어른으로서의 삶에 대해 들려주고 그 이야기는 마에스트로가 봉인한 기억을 여는 열쇠가 된다. 기억의 조각을 맞추던 루카는 마침내 '자신이길 멈추었던 부분'을 찾아낸다. 기억을 되찾는 일은 곧 자신을 되찾는 일이다.
결말부에서 루카는 카니발에 영원히 머물지, 그 밖으로 나가 어른이 될지 선택하게 된다. 작중에서 어른이 되는 것은 과거의 고통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묘사된다. 루카에게 과거는 엄마의 죽음, 언니와의 이별 등 슬프고 힘든 일들을 중심으로 그려진다. 본래 카니발이 일시적인 비일상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어른이 되겠다는 루카의 선택은 극의 구조상 기대되는 결말이다. 다만 유년시절과의 결별이 필연적인 수순일지라도 루카가 과거의 고통과 슬픔을 감수하며 어른이 되려 한 내적 동기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뮤지컬 〈네버랜드 카니발〉은 진실을 직면하는 일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서사의 공백을 추측으로 메워보자면, 어쩌면 시간이 멈추어야 했던 이유는 과거에 직면한 진실을 감당하기엔 루카가 너무 어렸기 때문은 아닐까? 그렇다면 네버랜드 카니발은 루카에게 과거를 받아들일 시간을 선물한 셈이다. 루카가 카니발을 뒤로한 채 어른이 되겠다는 선택을 비교적 쉽게 내릴 수 있었던 것 역시, 유예의 시간을 거쳐 과거를 받아들일 준비를 끝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슬픔과 고통을 마주한 그 누구에게나 상처에서 회복하기 위한 비일상적인 유예 기간은 필요하다. 다만 그 시간이 회피나 방종이 아니라 진실을 소화하기 위한 기간으로 이해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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