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얽힌 인간 욕망의 정밀한 탐사지도
<집집>
전정옥(연극평론가)
인간의 문제는 곧 공간의 문제이다
바슐라르는 『공간의 시학』에서 집은 ‘거주하기’를 요구하며 이로써 가장 원초적인 아늑함을 환기한다고 쓴다. 둘레 안에 안전하게 싸여있어 모든 공포와 불안으로부터 벗어나 인간들을 안락하고 편안한 상태에 이르도록 하는 집, 바슐라르가 말하는 원초적 아늑함이란 그 자체가 집에 대한 완전한 가치이자 일반적 관념이다. 유감스럽게도, 사회적·역사적 경험으로부터 추출된 바슐라르의 ‘집’에 대한 시학은 작금의 우리 사회에서 소박한 찬가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자본의 공식으로 인해 원초적 아늑함이어야 할 집이 주거불평등, 나아가 사회불평등 문제의 핵심에 자리하면서 집에 대한 애초의 정의가 매도된 광경이다. 절대다수의 사회구성원들이 느끼는 집으로 인한 박탈감을 개인적 차원의 모멸과 상처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집은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를 나누는 계급적 방위체로 이미 확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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