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적 형식으로 고발한 인간의 본성과 우리 사회
<반쪼가리 자작>
김미희(연극학과 교수)
혐오와 배제가 일상이 된 시대다. 진보와 보수, 남과 여, 구세대와 신세대로 양분되며 사회적 갈등이 더해지고 있다. 한동안 다원화되는가 싶었던 우리 사회는 블랙리스트 사태와 미투운동을 겪으면서 오히려 이념 대립은 더해지고 진영 논리에 갇혀 민주주의는 퇴보하고 있는 듯하다. 이탈로 칼비노(Italo Calvino)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창작집단 성찬파의 연극 <반쪼가리 자작>(백성희장민호극장, 09.02. 09.25.)이 국립극단 기획초청으로 관객을 맞았다. 보르헤스, 마르케스와 함께 세계 환상문학의 3대 거장으로 일컬어지는 이탈리아 작가 칼비노가 10여 년에 걸쳐 쓴 ‘우리 선조들’ 3부작 중 한 작품이 원작이다. 끊임없이 조롱만 당하다가 갑옷만 남기고 사라진 기사를 다룬 <존재하지 않는 기사>,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불화로 평생 나무 위에서 자기추방의 삶을 산 자작의 이야기를 그린 <나무 위의 자작>, 전쟁에 나가 포탄을 맞아 반쪽으로 몸이 갈라진 자작의 이야기를 다룬 <반쪼가리 자작> 등의 3부작들은 기묘한 주인공들의 삶을 그린 네오리얼리즘 소설로 불린다. 연극 <반쪼가리 자작>은 원작 소설의 환상성을 메타적 연극문법으로 각색하여, 양극화된 우리 사회의 위험성을 진단하며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를 우화의 형식으로 묻는다.
[후략]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