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포럼

[리뷰] '이어서'의 미학 <오슬로에서 온 남자>

  • 작성자 관리자
  • 등록일 2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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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의 미학

<오슬로에서 온 남자>

이성곤(연극학과 교수)







기승전결로 딱 맞아떨어지는 인생이 있을까? 한 편의 드라마처럼 처음과 중간과 끝이 원인과 결과로 정연하게 구성된 삶이 존재할까? 어째서 우리 삶에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주장했던 것과 달리 ‘인해서’보다는 ‘이어서’ 벌어지는 일들이 더 많은 것일까? <명왕성에서> 이후 박상현이 3년만에 발표한 연극 <오슬로에서 온 남자>(박상현 작·연출, 2022.10.28.~11.13., 나온씨어터)는 ‘이어서’의 미학을 제대로 보여주는 공연이다. 비선형적인 우리 삶, 우리 인생과도 많이 닮아있다. 다섯 개의 에피소드를 느슨하게 구성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어지는 듯 아닌 듯, 흐름이 만들어지는 듯 아닌 듯, 결론에 다다를 듯 말 듯, 어사무사 어떤 장면을 뒤섞거나 빼버려도 큰 문제없어 보인다. 그리고 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우려와 달리 뒤죽박죽은커녕 또 다른 개성과 취미를 발할 것 같은 괜한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또한 말들이 넘쳐나지만 채우기보다는 비우기 위한 언어들이다. 플롯이 존재하는 듯하지만 종잡기 어렵다. 느슨한 구성에다 발견과 반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공연. 그런데 어째서 이 공연이 어떤 사실주의 작품보다 우리 인생을 총체적으로 더 잘 담아내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것일까?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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